권도형 테라폼랩스(TFL) 대표가 2022년 5월 UST(테라USD)·LUNA(테라) 가격 폭락 사태 도중 830억원어치 USDC(USD코인)를 현금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온체인데이터가 포착됐다. USDC는 시가총액 2위 스테이블코인이고 달러처럼 쓰인다.
<디지털애셋>은 지난 1월 4일에도 권 대표가 '테라 사태' 하루 전(2022년 5월 6일) 약 3800억원어치의 USDT(테더)를 현금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데이터를 단독보도했다. 앞으로 현금화 의심 데이터가 더 확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.
"바이낸스, 한국 검찰에 협조하면 '권도형 자산' 추적 가능"
1월 22일 <디지털애셋>은 권 대표가 2022년 5월 UST 디페깅(1달러 가치 연동 실패)과 UST·LUNA 가격폭락 직후 6481만USDC(당시 기준 약 830억원)를 바이낸스 지갑에 보낸 사실을 온체인데이터로 확인했다.
권 대표는 문제의 6481USDC를 가격 폭락 직전까지 TFL의 홍콩 커스터디업체 헥스트러스트에 보관하고 있다가 폭락 직후 이체한 것으로 나타났다.
이로써 <디지털애셋>은 권 대표가 가격 폭락 사태 전후 모두 약 4630억원어치의 스테이블코인을 현금화한 것으로 의심되는 데이터를 확인한 셈이다.
검찰과 가상자산 전문가들은 누군가 한 지갑에서 거래소 개인 지갑으로 코인을 이체하면 이후 법정화폐로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.
그러나 아직 권 대표가 바이낸스로 보낸 스테이블코인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. 바이낸스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.
국내 가상자산 규제 전문가들은 "바이낸스가 한국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권 대표가 이체한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다"고 말한다.
한 가상자산 규제 전문 변호사는 <디지털애셋>에 "권 대표 코인 추적에는 바이낸스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"고 주장했다. 또 다른 변호사는 "바이낸스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널리 퍼져 있다"고 말했다.
문제의 6481만USDC 이체는 가격폭락 직후 두 차례로 나눠 이뤄졌다.
먼저 5월 8일 오후 7시 47분 약 4834만5782USDC가 TFL 지갑에서 다른 경유지갑으로 이동했다. 이어 5월 10일 오후 11시 48분 그 중 4800만USDC(당시 기준 약 613억2000만원)가 바이낸스 개인 지갑으로 이동했다.
비슷한 일이 5월 10일에도 나타났다. <디지털애셋>이 확인한 데이터를 보면, 5월 10일 오후 9시 38분과 오후 10시 41분에 1681만USDC(당시 기준 약 214억5000만원)가 바이낸스 개인 지갑으로 보내졌다.
이 때 움직인 1681만USDC는 TFL이 2022년 2, 3월 헥스트러스트로 보낸 1억6001만USDC 중 일부로 확인됐다.
권 대표가 이처럼 사흘간 거액의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 주소로 보낸 건 UST 디페깅이 일어난 직후로 확인됐다.
코인마켓캡 데이터를 보면, UST는 5월 7, 8일 디페깅이 시작돼 5월 9일 급격하게 1달러 연동이 무너졌다.
거짓말했나…권도형 2022년 6월 “내가 번 돈은 TFL 급여뿐”
<디지털애셋>이 추적한 권 대표 주변 코인의 현금화 의심 데이터들은 그의 주장을 의심하게 만든다.
권 대표는 "2022년 6월 디파이(DeFi·탈중앙화금융) 서비스 디젠박스를 통해 27억달러(약 3조4425억원)를 현금화한 것 아니냐"는 의혹이 일자 이를 부인했다.
당시 그는 “2년간 내가 번 돈은 TFL 급여가 전부”라고 주장했다. 그러면서 “피해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지만 나도 테라 사태로 가진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”고 덧붙였다.
그러나 <디지털애셋>이 확인한 데이터에 따르면, 권 대표는 한달만에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.
권 대표가 현금화 의혹을 부인한 때는 2022년 6월이고 <디지털애셋>이 확인한 현금화 의심 데이터 3건은 모두 2022년 5월 트랜잭션이다.
권 대표가 3800억원어치 USDT를 바이낸스 지갑으로 보낸 날짜는 2022년 5월 6일이고 830억원어치 USDC를 바이낸스 지갑에 보낸 건 5월 8~10일이다.
<디지털애셋>은 권 대표에게 대규모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 지갑으로 보낸 이유와 사용처를 묻기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답은 없었다.